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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칼럼 연재/스쿠버 입문에서 강사까지

[NEO UNIVERSE] #2 깊은 바다 안에 은하수에 홀리다.




#2 깊은 바다 안에 은하수에 홀리다.



 

하루하루 빈둥 대는 방콕의 일상.

그 동안 실컷 받고 싶었던 타이맛사지

먹고 싶었던 태국음식

낮술

여행자와의 대화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여행에 대한 회의감이 남아있을 때쯤이었다.  함께 술을 먹던 멤버 중에 '김마' 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맨 처음 방콕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 떼 지어 술 먹으로 다닐 때도 함께 했던 멤버인데,  이때 함께 했던 멤버들 중 이쁜 여자들이 많았던지라, 상대적으로 눈이 덜 갔던 것은 사실이나 돋보이는 아이였다. 이 아이가 돋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술마시며 여행 이야기, 사는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를 할 때면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를 꼭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재밌는 것에 대해 얼마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을까 싶다.



그리고 김마는 항상 다이빙 얘기를 할 때면 웃음 꽃이 활짝 피면서 열변을 토해낸다.  말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  스쿠버 다이빙의 스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다이빙 이야기를 하다보니 김마는 자신의 스쿠버 다이빙 레벨등급이 마스터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으나 아무도 그 레벨이 어떤 레벨인지 알 수가 없었다. 늘상 그렇듯이 사람들은 어떤 계기가 있어서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오픈마인드보다는 폐쇄적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김마가 아무리 다이빙에 대해 열변을 토해도 대부분은 다이빙에 관심이 없으니 이야기 자체에 별 관심들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당시에 필리핀에서 서핑을 즐기고 온 지라, 바다 스포츠 중 최고는 서핑이라고 말하는 나와 함께 맨날 다이빙 vs 서핑의 주제를 가지고 말싸움을 벌였다.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되는 다이빙은 골프처럼 귀족스포츠다.  서핑은 니 몸 뚱아리 하나랑 보드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서프 보드에 몸을 맡겨 먼 바다로 나가 파도를 기다리며 자연과의 인내심 대결을 하고, 그리고 파도가 오면 그 파도 위에 몸을 실어 타는 그 느낌이 최고라고 난 얘기를 하고.  김마는 언제나 바닷속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상황이다.






[ 사진 : 오빠~ 바닷속이 얼마나 아름답다구요! ]




그러던 중 김마의 노력이 결국 열매를 맺었다.  술자리에서 항상 스쿠버다이빙 이야기를 조금씩 들어오던 오뎅이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나에게 " 형님 우리 다이빙이나 하러 가요~ " 이렇게 얘기했지만 당시에 별 흥미가 없던 나로서는 콧방귀만 나올 뿐이었다.  그러던중 발리나 빨리 가자는 생각이 들어 발리로 루트를 확정 했다.  발리로 갔다가 서핑 한두달 하고 다시 태국돌아와서 인도로 넘어가야지. 생각하고 친구 쓰레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몇 일.  나는 그 사이에 김마랑 부쩍 더욱 더 친해져서 얘기를 많이하는데 김마는 나를 다이빙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흥미롭게 듣다가 결국 마지막엔 " 에이 그냥 발리나 가야겠다 " 로 대화가 마무리.




김마를 보면서,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배낭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해도 사람들이 별 흥미를 못느끼는 모습을 떠올렸다.  조금씩은 마음이 열려가고 있었다. 나의 입장을 떠올리며 김마를 생각해보니 스쿠버다이빙이 그렇게나 재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점차 마음이 열리는 그 순간. 내 삶도 완전히 바뀌어가는 찰나였다.  그리고 그 날도 술을 엄청 마시고, 밤늦게 디디엠 1층에 앉아서 김마랑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살짝 다이빙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김마를 애태우기 위해서 전혀 관심없는 척하고 있었다. 



 

김마는 꼬 따오에서 다이빙을 했고, 거기서 일을 했다고 하면서 꼭 자기가 일했던 샵으로 가라고 하는거다.  꼬 따오에 이미 한국 다이빙 샵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 자기가 있었던 샵이 최고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거다.  따오에는 이미 많은 한국인 샵들이 있었는데, 김마에게 들은 얘기는 이러했다.  자기네가 제일 성의 있고, 잘 가르치고 초강추 한다는거다. 근데 나도 흥미가 있었던지라 사실은 바로 전날 인터넷으로 꼬따오 다이빙을 검색해서 조금 알아봤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히 김마에게 이런 얘기를 꺼냈다.



- 내가 사실은 조금 알아봤어.  근데 다른데는 오픈워터 가격이 6800바트정도 하는데 니네 샵만 9800바트야 3000밧트나 비싸잖아



그러자 김마가 한숨을 쉰다.

- 그래요 솔직히 가격 얘기 나올 줄 알았어요, 가격 얘기나오면 진짜 할말이 없어요



- 왜?

- 그렇잖아요 제가 아무리 저의 샵이 좋다고 얘기해도 사람들은 싼데 찾으니까요



- 근데 거기는 그럼 왜 가격 안내려?

- 거기 사장님이 가격 타협안해요. 다른데는 대신 책도 복사본 쓰고 주고 이러는데 우리는 진짜 정식교재도 주고 비싼 대신에 제대로 해줘요


- 그래도 3천밧이나 차이 나는데

- 그니까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직접 가서 겪어 보기 전에는 몰라요


- 그럼 싼데로 (정확히는 특정샵이름을 얘기함) 가야겠다

- 거기는 가지마요. 차라리 그럼 다른데로 가요



- ㅋㅋㅋㅋㅋㅋㅋ

- 오빠 근데 저희 샵 진짜 사람들 너무 좋은데 돈이 문제면 어쩔 수 없죠




 드디어 김마의 노력에 대화는 조금 진전되어서 우리는 어느 샌가 꼬 따오에 있는 다이빙 샵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고 있었다. 



-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3천 밧을 더 주고도 니네 샵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봐. 날 한번 설득해봐!



그러자, 다시 자기네 샵은 사람들이 너무 좋고, 교재도 제대로 주고, 교육도 제대로 하고, 블라블라~ 근데 가장 강점은 사람이 너무 좋다라는 것.  사실 김마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김마가 일했었던 그 샵으로 어느정도 결정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은 조금 문제였다.  똑같은 다이빙인데 사실 3천밧이면 꽤 큰돈이다. 거의 12만원돈.  과연 김마가 추천하는 곳이 12만원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이 정도까지 대충 결심했으면서도 김마를 약올리느라 다시 또 다이빙을 하네 마네 하면서 약을 올렸다.



- 아 몰라 복잡해 발리나 가야겠다

- 아오! 얄미워. 때리고 싶어요


- ㅋㅋㅋㅋㅋ 다이빙 진짜 재밌어?

- 진짜 재밌어요

 라며 김마는 다시 또 다이빙 하면서 본 해양 생물들, 바닷속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나이트 다이빙에 대해 얘기하는데, 역시 문창과 출신 답게 설명이 아주 문학적이었고, 말만 들어도 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사진 위 : 실제로 다이빙을 해보니 위에 풍경은 뭐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정도 ㅋㅋㅋ ]



- 뭐가 제일 이쁘냐 물고기중에...

- 저는 웨일샥이 제일 멋있는거 같아요, 꼬 따오에서도 정말 어쩌다 한번 씩 볼 수 있는데 장난아니에요

그러면서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폰에서) 





[ 사진 : 웨일샤크 ]


관련글 : 세상에서 가장 큰 상어, 고래 상어(웨일샤크)


 지금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웨일샤크를 보여줬던 김마 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웨일샤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심지어 내 다리에는 웨일샤크 타투가 아로새겨져있다. 어쨌든 당시에 흥미를 보이는 것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묻는 나의 반응에 김마는 이제 완전히 신나서 이전 보다도 더 열을 올리며 다이빙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웨일샤크 설명을 들었던 사람의 다리에 웨일샤크 타투가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상황인가



- 제가 제일 좋아하는게 나이트 다이빙이에요. 밤 바다에 들어가서 라이트 끄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고요한 밤바다속에서 내 숨소리만 들려요. 그리고 라이트를 키는 순간 수 많은 해양 생물들. 너무 이뻐요.  밤에 플랑크톤들이 라이트 불빛에 반사되는게 마치 별 같아요. 그리고 나이트 다이빙 끝내고 뭍으로 올라와서 해변에 누워 하늘을 보면 또 별이 쏟아지고. 너무 행복해요





나이트 다이빙을 설명하는 김마에 표정은 정말 최고였다. 이미 김마의 머릿 속에는 아름다운 나이트 다이빙 풍경이 펼쳐진게 틀림 없으리라. 무슨 천상의 풍경이라도 본 듯한 행복한 미소를 띄고 있다. 그러면서 김마는 아이폰을 건네면서 물속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 나이트다이빙이 김마가 묘사한 것 처럼 그런 천상의 풍경이라면 얼마나 행복 할까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다.





[ 사진 : 나이트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버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다]

사진 출처 : 스쿠버다이빙 동호회 바다사나이 다이브






나는 마음의 결정을 어느 정도 내렸다. 다이빙을 하러 갈 것이고, 김마네 샵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아.. 배고프네

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김마가 


- 오빠 라면 사다드릴까요? 

라고 기분좋게 이야기 한다. 나는 한껏 시건방을 떨면서 


- 어 컵라면 하나 사와

라고 말하자, 냅다 밖으로 나가더니 금방 컵라면을 사왔는데 이게 왠걸 컵라면에 물까지 받아왔다. 디디엠에서 받아도 되는데 



- 오 센스! 물까지 받아오다니 좋아 아주!

- 오빠, 그니까 우리 샵으로 가요!

- ㅋㅋㅋㅋ 알았어



즐거웠다.  목적지를 잃은 여행자에게 목적지가 생겼다. 오랜만에 뭔가 할 일이 생긴 느낌이었다. 이렇게 김마랑 얘기하고 있는데 디디엠으로 문의전화나 길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와서 사람도 없고 해서 내가 전화 받고, 길을 도저히 못찾겠다는 한국여자를 마중 나갔다. 한국여자가 답례로 맥주 한병 사주고, 그거 나눠마시면서 김마랑 다이빙 얘기를 더 나누고 있는데 문 밖에서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다.




벌떡 일어나 가서 포옹 한번.

친구 쓰레기가 왔다. 여자친구랑 같이 휴가를 온 것. 반갑게 해후하고, 처음보는 쓰레기 여자친구랑 인사나누고,  밤이 늦어서 예약해놓은 숙소가서 잘테니 내일 보자고 얘기를 하고 그리곤 다시 디디엠을 나갔다.  드디어 쓰레기도 왔고, 다이빙을 하기로 마음 먹었고. 슬슬 다시 뭔가 즐거워지려는 모양이다.




다음날


친구 쓰레기와 함께 재미나게 놀고, 쓰레기는 동부쪽에 있는 섬, 꼬 창에 리조트를 예약 해놨다며 거기 며칠있다가 방콕에 온다고 한다.  쓰레기는 나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했는데 난 예전에 꼬 창도 갔다왔고  별로 내키지 않아서  "커플 가는데 뭐하러 가 " 라며  거절을 했다.  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맘 먹긴 했는데 당시 다이빙을 하러 어차피 남부섬으로 향하니 다이빙을 하고 난 뒤에 말레이시아로 가서 말레이시아에서 발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일단 태국친구들 좀 만나고, 쓰레기는 한국으로 보내고 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했다.



이후 태국친구들이 바뻐서 겨우 주말에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마침 쓰레기도 그 때쯤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니 대충 다이빙을 하러 갈 날짜가 잡힌 상황이 되었다.   근데 막상 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결정 하고 난 뒤에는 오뎅이 문제였다. 오뎅 같은 경우엔 한국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시간 여유가 없어서 빨리 꼬따오에 갔다왔어야 했는데 당시에 친구 쓰레기도 오고 다시 한참 또 술자리가 재밌었을 때라 오뎅은 그냥 기다렸다가 나와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그냥 먼저 내려가라고 해도 오뎅은 괜찮다며 같이 내려가길 원했다.




그렇게 스쿠버 다이빙을 떠나기 얼마동안 방콕에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김마는 친구가 태국 북부 여행중이라고 빠이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빠이 갔다가 와서 자기랑 같이 꼬 따오로 가자고 얘기를 하고 북부로 떠났다.  다이빙을 하기로 결심을 먹고, 이제 방콕을 떠날 생각을 하니 아주 마음이 가벼워졌다. 역시 뭔가 색다른게 필요했었나 보다.  김마가 태국 북부로 떠나기 전에도 계속 다이빙 얘기를 나눴는데, 김마가 얘기한다.


- 거기계신 사장님이 아마 오빠를 많이 좋아할꺼에요 

- 그래?


- 네, 오빤 완전 꼬 따오 체질이에요, 술 좋아하지, 바다 좋아하지, 사람 좋아하지

- 그래? ㅋㅋㅋㅋ


- 거기도 사람들 술 엄청 많이 먹고, 사람들 너무 좋아요


이러면서 꼬 따오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를 나눴다. 김마가 얘기하면 얘기 할 수록 기대가 점점 커졌다. 얘기만 들어보면 나랑 완전 딱 맞는 곳이었다. 다른 업소 보다 뻔히 12만원 정도가 더 비싼 상황에서 결정한 김마가 일했던 샵.  김마를 믿어보기로 했다. 좋은 아이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 좋은 교육이 무엇인가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다이빙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 되고 있었다.



포스팅 후기 )


 당시에 김마랑 다이빙 얘기를 나누면서 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단체인 PADI의 다이버 등급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바닷속 생물 얘기, 꼬 따오 생활 얘기 등을 많이 들었다.  그 대화들을 모두 포스팅에 옮길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스쿠버에 스자도 모르는 주제에 아주 운좋게 PADI 샵으로 향할 수 있었다.